LOVE

크리스마스 이야기, 누가 먼저 꺼낼까

한 달 남은 크리스마스. 계획을 먼저 말하는 쪽과, 말해 주기를 기다리는 쪽.

EXNUL · 2026.11

“너 25일에 뭐 해?”

11월 마지막 주 일요일, 거실 탁자.
11월 마지막 주 일요일, 거실 탁자.

나연이는 그 문장을 메시지 창에 쳤다가 지우고, 다시 쳤다가 지웠다. 11월 마지막 주 일요일 밤이었다. 소파 끝에서 잠든 강아지 보리가 꼬리를 한 번 털었다.

사귄 지 1년. 작년 크리스마스는 사귄 지 한 달 만이라 둘 다 들떠서 아무 계획 없이도 좋았다. 올해는 달랐다. 누가 먼저 말을 꺼내느냐가 이상하게 신경 쓰였다.

“그래서 보냈어?” 내가 물었다.

“안 보냈지. 걔가 먼저 물어보면 좋겠어서.”

FIRST

먼저 꺼내는 사람

준서는 반대였다. 나연이가 말을 아끼는 동안, 그는 회사 책상 달력 12월 칸에 볼펜으로 동그라미를 하나 그려 두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아무 말 없이 보냈다.

사진 밑에는 한 줄이 따라왔다. “이날 비워 둘게. 뭐 할지는 같이 정하자.”

나연이는 그 메시지를 받고 한참 웃었다. 자기가 지운 문장이 생각나서였다.

WAIT

기다리는 사람

일요일 오후, 소파 위.
일요일 오후, 소파 위.

기다리는 쪽에게도 이유가 있다. 먼저 말하면 그날이 나에게만 중요한 날처럼 보일까 봐. 상대가 이미 다른 약속을 잡았을까 봐.

나연이는 보리를 무릎에 올리고 입술을 조금 내밀었다. 보리가 고개를 들어 그녀의 턱을 핥았다.

“먼저 물어보면, 나만 기다린 것 같잖아.”

ASKED

세 사람에게 더 물었다

같은 질문을 세 사람에게 더 던졌다. 크리스마스 이야기는 누가 먼저 꺼내느냐고.

미소는 머플러 끝을 손가락에 감으며 말했다. “나. 안 그러면 12월 20일쯤에 둘 다 예약을 못 해.”

다은이는 잠깐 웃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걔가. 나는 물어봐 주는 게 좋아서 일부러 가만히 있어.”

수아는 휴대폰 달력을 열어 보였다. 12월 칸에 작년에 둘이 같이 적어 둔 메모가 아직 남아 있었다. “우리는 작년에 미리 정해 놨어. 올해도 그날.”

BRIDGE

강을 건너는 저녁

둘이 계획을 정한 건 12월 첫 주 토요일 오후였다. 다리 위에서 만났다. 강바람이 세서 나연이는 코트 깃을 손으로 여몄다.

“레스토랑 예약할까, 집에서 할까?”

“보리도 같이 있을 수 있는 데.”

준서는 그 말에 휴대폰을 꺼내 메모장을 열었다. 둘은 다리 난간에 기대 서서, 한 사람은 말하고 한 사람은 받아 적었다.

그날 밤 집에 돌아온 나연이는 냉장고 옆 종이 달력을 넘겼다. 그리고 12월 칸에, 준서가 그린 것과 같은 동그라미를 하나 그렸다.

글 EXNUL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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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꺼낼 때 보내기 좋은 한 문장

날짜만 먼저
“이날 비워 둘게. 뭐 할지는 같이 정하자.”
내가 먼저 묻기
“올해는 내가 먼저 물어볼게. 25일에 뭐 하고 싶어?”
둘 중에 고르기
“작년이랑 같은 곳, 아니면 처음 가 보는 곳?”

등장인물과 사진 속 인물은 AI로 만든 가상 인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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