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하루에 몇 번 연락해야 서운하지 않을까

자주 짧게, 가끔 길게. 연락의 온도가 다른 세 사람의 이야기.

EXNUL · 2026.11

“점심 먹었어?”

11시 52분에 보낸 메시지 옆에 숫자 1이 아직 떠 있었다. 오후 네 시. 소연이는 라벤더색 카디건 소매를 손등까지 끌어내리고, 창가 벽에 기댄 채 화면을 다시 켰다.

“바쁜 거 알아. 아는데.”

그다음 말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귄 지 2년, 남자친구가 새 팀으로 옮긴 지 한 달째였다.

연락 횟수는 누구도 정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다들 속으로만 센다. 세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연락은 하루에 몇 번이 편한가. 자주 짧게, 아니면 가끔 길게.

OFTEN

자주 짧게, 점심 사진 한 장

토요일 오후, 방 안.
토요일 오후, 방 안.

다희 커플의 대화방은 사진으로 가득하다. 출근길 지하철 창문, 회사 앞 김밥, 퇴근 버스 정류장. 글자는 거의 없다. “ㅋㅋ” 아니면 “나도”.

“그게 무슨 대화야?” 내가 물었다.

다희는 버터색 니트 조끼 단추를 만지작거리며 웃었다. “대화는 아니지. 그냥 같이 있는 거.”

짧은 연락이 잦은 커플은 하루를 조각으로 나눠 갖는다. 대신 조각 하나가 빠지면 티가 금방 난다. 점심 사진이 안 온 날, 다희는 오후 내내 휴대폰을 책상에 내려놨다 들었다 했다고 한다.

DEEP

가끔 길게, 밤 열한 시의 통화

민서는 낮에 남자친구 연락을 거의 받지 못한다. 간호사라 근무 중엔 휴대폰을 사물함에 넣어 둔다. 대신 둘은 밤 열한 시에 통화를 한다. 길면 한 시간, 짧으면 십 분.

“낮에 연락 없으면 안 불안해?”

“처음엔. 근데 열한 시가 오잖아.”

한 번은 그 시각에 전화가 오지 않았다. 민서가 먼저 걸었고, 남자친구는 회식 자리에서 받았다. 시끄러운 소리 너머로 “아, 미안. 지금 나갈게”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둘은 그날 이야기를 지금도 가끔 꺼낸다. 웃으면서.

IN THEIR WORDS

세 사람의 한 줄

다희 · 자주 짧게
“점심 사진 하나 오면, 오후가 덜 길어.”
민서 · 가끔 길게
“열한 시만 지켜 주면 낮은 괜찮아.”
소연 · 바뀌는 중
“줄어든 건 괜찮아. 말 안 하고 바뀐 게 서운했지.”
RHYTHM

서운함이 오는 자리

주말 오후, 분홍 벽 골목.
주말 오후, 분홍 벽 골목.

소연이의 남자친구는 원래 ‘자주 짧게’ 쪽이었다. 팀을 옮기고 나서 ‘가끔 길게’ 쪽이 됐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주말 오후, 둘은 유리 온실 산책길을 걸었다. 한 걸음쯤 떨어져서. 소연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요즘 낮에 연락 없는 거, 바빠서 그런 거지?”

남자친구는 회의가 하루 다섯 개라고 했다. 점심도 자리에서 먹는다고. 소연이는 그 말을 듣고서야 걸음을 조금 늦췄다.

둘이 미리 정해 둘 수 있는 것도 있다. 바쁜 날을 알리는 짧은 신호 하나. 낮 연락 대신 매일 기다려도 되는 시각 하나. 답장이 늦을 땐 “읽었어, 이따 길게” 한 줄.

월요일 오전 아홉 시, 소연이의 휴대폰이 먼저 울렸다.

“오늘 회의 다섯 개. 점심 사진은 못 보내.”

소연이는 엄지손가락 이모티콘 하나를 보내고, 휴대폰을 카디건 주머니에 넣었다.

글 EXNUL 편집부

OUR SIGNAL

둘이 같이 채워 보는 세 칸

바쁜 날 보내는 신호
“ ”
매일 기다려도 되는 시각
______ 시
답장이 늦을 때 한 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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